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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스타 신해철 보며 나가수 김건모 떠올라


오페라스타 신해철 보며 나가수 김건모 떠올라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입니다. 저 또한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관객 중 하나이지만,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입니다. 프로젝트 런웨이나
 도전 슈퍼모델은 즐겨봤지만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브리튼즈 갓 탤런트는 재미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나는 가수다나
 최근에 케이블에서 시작된 오페라 스타는 재미있게 보는 편입니다. 역시 기존에 알던 연예인들의 도전기를 보는게
 더 재미있게 느껴지나봅니다. 뭐, 순전히 취향 차이니까요.



'나는 가수다'는 하도 논란이 크게 일었기 때문에 다 아시리라 생각되어 '오페라 스타'에 대한 설명을 살짝 드립니다. tvN에서 토요일 밤 11시에 하는 프로그램인데, 8명의 가수들이 오페라에 도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가수는 신해철, 테이, 김창렬, JK김동욱, 김은정, 문희옥, 선데이, 임정희입니다. 너무 잘 알려진 가수도, 약간은 생소한 가수도 있고 분야도 트로트 가수부터 롹가수, 아이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가수들을 섭외했네요.

매회 새로운 오페라(및 가곡 등)를 배워 무대에서 생방송으로 공연을 하고, 시청자 투표가 저조한 두 사람 중 하나를 심사위원들이 탈락을 시키는 형태입니다. 매회 한명씩 탈락을 하는 서바이벌 형식이라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저는 그보다도 기존에 잘 알려진,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가수들이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데 더 큰 의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가수들이 굳이 이런 도전 프로그램에 나와서 새로이 오페라 발성법을 배우고 어려운 언어의 가사들을 외우며 서바이벌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는 가수들의 얼굴이 매우 밝습니다. 설레여 하고, 재미있어 하고, 고민도 하면서 뭔가 자극을 받고 점점 발전해나가고 있지요. 그런 것들이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이유는 왤까요


어느 누구든 처음 일을 배울 때는 서투르기 마련입니다. 일을 조금 알게 되면 재미가 붙지요. 그러나 자신의 일에 자신감이 생길 수록 매너리즘에 빠질 확률도 커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매너리즘을 극복하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용기는 잘 생기지 않는 법입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경제적 효용성만 따져도 훨씬 이익이거든요. 그리고 새로운 일을 도전했을 때 다시 초년생처럼 버벅거리는 일은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요, 나이 먹을수록 '내가 이 나이 먹고 이런 대우를..'이라는 묘한 심리까지 더해지는 거죠. 네, 그게 아마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을 시도하는 이 가수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게 아닐까요?

그런데 이런 오페라 스타의 2회 탈락자가 바로 신해철이었습니다. 신해철이라면 여러 의미로 잘 알려진 가수이긴 합니다만,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이나 표현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카리스마를 뽐내지요. 그런데 그런 신해철이 다른 가수(특히 선데이)에 밀려 2회만에 탈락한 것은 나름 충격아닌 충격입니다. 벌써 데뷔 20년이 넘은 최고참 가수잖아요? 그러면서 그의 태도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이 '나가수'처럼 주목받는 프로가 아니라 폭발력은 약했지만요


신해철에 대한 비난은 대개 심사평을 받는 내내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었다든지, 혹은 자신의 노래에 대한 핑계를 계속 멘토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변명을 했다던지 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보다 신해철이 떨어진 이유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가 탈락의 고배를 마신 가장 큰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오페라를 배우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식의 노래방식을 고수했다는데 있습니다. 즉, 20년차 가수의 자만과 아집이 그를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에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인거죠. 그리고 그런 그의 마음가짐이 그의 태도나 노래로 드러났고, 시청자들은 놓치지 않고 그를 탈락 후보로 올린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나가수의 김건모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 역시도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를때까지만 해도 20년차 가수의 자만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열정, 노력' 같은 요소들을 함께 보여주지 못했던 겁니다. 시청자들이 '도전하는 가수'들에게서 느끼고 싶은 것은 그들이 노력하는 모습, 프로로써 인정할 수 있는 열정 같은 거였던 거죠.


그렇지만 김건모나 신해철을 비난하기는 이릅니다. 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한 분야에서 20년차 프로가 되는 것조차 어렵기도 하구요, 만약 그런 프로가 되었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거거든요. 20년간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 누구에게나 쉽지 않는 일일 겁니다. 다만 이들이 대중에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대중들의 기대치는 더욱 높았던 거구요.

김건모가 나가수 이후로 많이 변했다는 뉴스가 간간히 들려옵니다. 진실이야 어떻든 그에게 좋은 변화의 계기, 초심의 계기가 되었길 바라는 마음이 있지요. 20년차 베테랑이 초심으로 돌아갈 때, 그 파워가 얼마나 커질지는 설레일만큼 기대가 되는 일이거든요. 신해철 역시도 이번 기회에 초심을 한번 다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Ps: 서바이벌에 출연하는 가수들을 보며 느끼는 거지만.. 데뷔하고 10~20년 사이의 가수들이 가장 설레여 하고 발전도 빠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느 분야에 있던지 너무 한 자리를 고수하는 것 보다는 내 스스로가 프로라고 느껴질때 한번쯤 전환의 계기를 맞는 것이 더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낫겠다...는 결론을 나름대로 내려봅니다. 너무 많이 갔나요? ^^